악의 마음을 읽다 시리즈 3.두 얼굴의 살인마 강호순
1. 겉으로는 모범시민, 속은 악마
경기도 안산. 깔끔하게 다린 셔츠, 이웃과 인사 잘하는 중년 남성.
아파트 단지에서 그는 친절한 이웃, 자상한 가장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웃들은 몰랐다.
그 미소 뒤에 한국 현대 범죄사에서 가장 은밀하고 잔혹한 살인마가 숨어 있었다는 것을.
2. 어린 시절과 성격 형성
강호순은 유년기에 큰 가정폭력이나 빈곤을 겪지 않았다.
오히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성장 배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또래보다 감정 표현이 적고, 공감 능력이 낮았다.
감정을 내면에 눌러 담는 습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 결핍 → 자극 추구라는 위험한 회로를 만들었다.
프로파일 분석:
강호순은 '부족한 사랑'이 아닌 '부족한 공감'의 케이스다.
환경보다는 성격적·기질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유형.
3. 첫 번째 살인 — 통제의 쾌감
2006년, 늦은 밤 귀가 중인 여성을 차량으로 유인했다.
그의 방식은 ‘갑작스러운 폭력’이 아닌 ‘친절한 접근’이었다.
피해자가 경계심을 풀 때쯤, 그는 눈빛을 바꿨다.
이 첫 살인은 단순한 충동이 아니었다.
그는 피해자의 공포와 무력함을 느끼며 자신이 절대적 권력을 쥔 순간을 즐겼다.
4. 살인의 시스템화
강호순의 범행은 ‘시스템’이었다.
- 대상 선정: 20~30대 여성, 주로 심야 귀가길
- 이동 수단: 세단 (차량 내부는 ‘통제 공간’)
- 흔적 제거: 산악 지형, 인적 드문 야산 매장
그는 범행 후 평소 생활로 자연스럽게 복귀했다.
이웃과 마주치면 미소를 지었고, 가족과 외식을 하며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이중 생활은 그의 살인을 더욱 장기화시켰다.
5. ‘완벽 범죄’의 착각
2006~2008년 사이, 실종 사건이 잇따랐다.
하지만 그는 경찰이 자신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웃·지인·가족 모두 그를 ‘성실한 사업가’로 봤기 때문이다.
프로파일 관점:
그는 ‘사회적 위장’을 치밀하게 이용한 사례다.
이는 연쇄살인마 중에서도 흔치 않은 유형으로,
사회적 가면이 강할수록 범행 지속 기간이 길어진다.
6. 검거 — 작은 균열
2009년 초, 방화 사건 수사 중 강호순의 차량이 포착됐다.
단순 참고인 신분이었지만, DNA와 실종 여성 사건이 연결되며 수사망이 조여왔다.
심문실에서 그는 처음엔 모든 걸 부인했다.
하지만 증거가 하나씩 제시되자,
그는 마치 오래 숨겨온 비밀을 드러내듯 범행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7. 범행 동기 — ‘쾌락’과 ‘지배’
강호순은 성적 쾌락과 지배욕,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살인을 했다.
그는 피해자의 고통을 ‘연민’이 아니라 ‘흥분’의 요소로 인식했다.
프로파일 결론:
- 전형적 쾌락 살인마 + 지배형 살인마의 혼합형
- 피해자와의 관계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목적 없는 살인’이 특징
- 범행 후의 일상 복귀 능력이 뛰어나 장기간 미제 가능성 높음
8. 사형 선고, 그러나…
2009년, 그는 10건의 살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현재까지 형이 집행되지 않았으며, 청주교도소에서 수감 생활 중이다.
수감 후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죄책감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그가 사회에 복귀하면 같은 범행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9. 한국 범죄사에서 강호순 사건의 의미
강호순 사건은 ‘연쇄살인마=외형적으로도 괴물’이라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그는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겉모습’을 철저히 유지하면서,
동시에 살인을 즐기는 ‘내면의 괴물’을 감췄다.
이 사건은 범죄 심리학과 수사 기법 모두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 사회적 가면을 쓴 범죄자 식별 필요성
- 실종 사건과 연쇄 범죄의 데이터 연계 수사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