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이제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생각을 대신 정리하고, 문서를 대신 써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GPT 기반 생성형 AI는 사용자 요청에 따라 수천 자 분량의 유언장도 몇 분 만에 작성할 수 있다.
“자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정리해줘”, “내 재산을 누구에게 남기고 싶은지 문장으로 써줘”
라는 요청만으로도 감정이 담긴 문서가 완성된다.
유언장은 유효할까?
그렇다면 GPT가 작성한 유언장은 법적으로 유효한 문서가 될 수 있을까?
또, 생성된 AI 유언장이 실제 상속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까?
이 글에서는 GPT와 같은 AI로 작성된 유언장의 법적 효력 가능성과 한계를
국내외 법 체계, 실제 사례, 기술 구현 방식과 함께 현실적인 시각에서 정리한다.
유언장의 기본 요건: AI가 작성해도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한 조건
대한민국 민법(제1065조~1086조)에 따르면 유언은 정해진 방식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법적 효력을 인정받는 유언 형식은 다음과 같다:
자필증서 유언
- 유언자가 직접 손으로 내용을 쓰고, 서명과 날짜를 남긴 것
- AI가 작성한 텍스트를 출력한 문서는 유효하지 않음
녹음 유언
- 유언자가 자신의 음성으로 유언 내용을 직접 말하고, 날짜와 증인을 명시
공정증서 유언
- 공증인이 유언자와 대면하여 확인하고 문서화
즉, GPT가 아무리 감정적인 유언장을 써줘도,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선 결국 인간의 '직접성'이 반드시 입증되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현실 요약:
- AI가 작성한 유언 문서 자체는 법적 효력이 없음
- 그러나 “AI가 초안을 쓰고, 사람이 자필로 옮겨 적거나 공증을 받으면 유효”
- AI 유언장은 ‘보조 도구’는 가능하지만, ‘단독 작성자’는 될 수 없음
해외 사례: AI 유언장 도입 실험과 판례
미국 캘리포니아주:
2023년 GPT로 작성한 유언장이 법적 효력을 가졌다는 사례가 언론에 소개됨.
그러나 실제 효력이 인정된 것은 AI가 작성한 초안이 아닌, 해당 문서를 사람이 서명하고 공증까지 마쳤기 때문.
즉, AI는 '작성 도우미'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함.
일본:
디지털 유산 관리에 AI가 활용되는 실험적 플랫폼은 등장했지만,
AI가 유언장을 대신 쓰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음.
유럽:
독일과 프랑스는 유언의 '작성 의사'가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AI가 문장을 대신 써주는 것은 인정하지 않음.
반드시 작성자의 '의사 표현'과 서명이 필요
결론:
해외에서도 AI 유언장은 참고자료나 보조 역할을 할 수 있을 뿐,
공식 유언장으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사람의 참여와 인증’이 전제 조건이다.
AI 유언장의 미래 가능성과 활용 방안
비록 현행법상 AI가 작성한 유언장이 단독으로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어렵지만,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AI 유언장 시스템’이 현실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유언장 초안 자동화
- 사용자가 입력한 재산 정보, 상속 대상, 의사를 기반으로
GPT가 감성적으로 유언장을 자동 작성 → 변호사 또는 공증인이 확인 - 시간 단축 + 감정 표현 보완 + 서식 실수 예방
디지털 유언 서비스에 GPT 도입
- SafeBeyond, Everplans 등 디지털 유언장 플랫폼에 GPT가 탑재되어
사용자와 대화형으로 유언장 내용을 정리 - 생전 수십 개의 의사 표현을 기록 → 사후 전달 자료로 활용 가능
영상 유언 콘텐츠 생성
- GPT가 작성한 메시지를 기반으로 영상 스크립트 제작
- 고인의 모습과 목소리를 AI로 합성해 ‘디지털 유언 메시지’ 형태로 제작
이점:
- 법적 효력은 없지만, 정서적 유산으로서의 가치
- 특히 자녀에게 남기는 메시지, 철학, 인생 경험 등은 AI 유언장의 감정적 깊이가 유용
AI 유언장은 ‘도구’이지, ‘증거’는 아니다
GPT로 쓴 유언장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고 감동적일 수 있다.
하지만 법은 기술보다 느리고, 안전을 우선시한다.
현재 AI 유언장은 어디까지나 **‘기억을 정리해주는 도구’, ‘문서화의 초안’**일 뿐이며,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결국 사람의 직접적 의사 표현과 인증 과정이 따라야 한다.
다만, 그럼에도 AI 유언장이 의미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누군가는 마음속에 담아둔 말 한 줄을 AI와 함께 정리하며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고,
자녀에게는 더 풍부하고 인간적인 기록이 남을 수 있다.
GPT 시대의 유언장은 증거가 아니라, 기억을 남기는 방식이다.
지금 내가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I에게 묻고, 나 스스로 그 뜻을 책임 있게 옮기는 것 —
그것이 진짜 유언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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