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애플과 페이스북, 사망 후 계정 처리 정책 비교 분석

just-do-0623 2025. 6. 25. 10:21


거대 플랫폼은 죽음을 어떻게 다루는가?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깊숙이 연결된 두 개의 플랫폼을 꼽자면, 하나는 ‘스마트폰 기반 생태계’인 애플(Apple), 다른 하나는 ‘소셜미디어 정체성’의 대표주자인 **페이스북(Facebook)**이다. 많은 사람은 아이폰과 아이클라우드에 자신의 사진, 영상, 문서, 메모 등을 저장하고 있으며, 동시에 페이스북에는 수많은 일상과 감정, 관계의 기록이 남겨져 있다. 이처럼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두 플랫폼에 ‘나’를 디지털로 복제해 놓는다. 그런데 질문 하나를 던져보자.

 

 “내가 사망하면, 이 두 플랫폼은 내 계정을 어떻게 처리할까?” 

 

예상과 달리 애플과 페이스북은 사후 계정에 대해 매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각기 다른 정책, 절차, 권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 두 플랫폼의 사후 계정 처리 정책을 실제 사례와 함께 비교 분석해 본다.

 

애플의 디지털 유산 관리 방식: 접근보다 보호에 중점


애플은 사용자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보안과 프라이버시을 매우 강하게 보호하는 플랫폼이다. 사망 후 애플 계정에 접근하려면, 단순히 유족이라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애플은 ‘디지털 유산 연락처(Legacy Contact)’ 기능을 통해 생전에 사용자가 특정 인물에게 사후 계정 접근 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기능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할 경우, 유족은 법원 명령(Probate Court Order)과 사망 진단서 등 공식 서류를 제출해야만 계정 접근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국가마다 법적 효력도 다르기 때문에 미리 디지털 유산 연락처를 지정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설정된 유산 연락처는 사망 후 고유의 **액세스 키(access key)**를 통해 iCloud, 사진, 메모 등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구매한 앱, 구독, 콘텐츠 등은 상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페이스북의 추모 계정 정책: 공개성과 기억 보존 중심

 


페이스북은 비교적 일찍부터 사망자의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왔다. 사용자가 생전에 ‘유산 연락처(Legacy Contact)’를 설정하면, 해당 인물은 사망 이후 계정에 제한적인 접근 권한을 갖게 된다. 유산 연락처는 고인의 프로필 사진을 변경하거나, 추모글을 고정하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친구 추가나 메시지 열람 등은 불가능하다. 계정은 ‘추모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유지되며, 기존 게시물은 그대로 보존된다. 만약 고인이 생전에 계정을 삭제하도록 요청했거나, 유족이 삭제를 요청할 경우 페이스북은 사망 증빙 서류 제출을 요구한 뒤 삭제를 승인한다. 추모 계정으로 전환된 프로필은 타임라인에서 추억을 나누는 공간으로 남게 되며, 기억과 감정의 공유를 중시하는 구조다.

 


플랫폼 간 핵심 차이점 비교: 보안 vs 공유, 접근권 vs 감정권

 


애플과 페이스북의 사후 계정 처리 정책은 철학 자체가 다르다. 애플은 ‘개인 정보 보호’와 ‘접근 통제’를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사망 이후에도 계정을 쉽게 넘기지 않는다. 반면, 페이스북은 ‘기억의 보존’과 ‘추모의 공간화’를 중심에 두고, 유족이나 지인들이 고인을 기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간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애플은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을 시스템적으로 설계했지만, 여전히 구매 콘텐츠나 계정 자체의 소유권 이전은 제한적이다. 반대로 페이스북은 계정 전체에 접근을 허용하지는 않지만, 프로필 유지와 일부 기능 위임을 통해 ‘디지털 기억’을 공유하는 방식을 택한다. 사용자가 중시하는 가치가 ‘개인 정보 보호’인지 ‘디지털 존재의 보존’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사용자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준비: 생전에 해야 할 3가지

 


애플과 페이스북 모두 각각의 방식으로 사후 계정 관리를 가능하게 하고 있지만, 그 기능을 생전에 설정하지 않으면 유족은 매우 제한적인 접근권만 갖게 된다. 그래서 다음 세 가지 준비는 꼭 필요하다.
① 애플 디지털 유산 연락처 등록: 설정 > Apple ID > 암호 및 보안 > 유산 연락처에서 지정 가능. 꼭 공유할 수 있는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액세스 키 백업이 필요함.
② 페이스북 유산 연락처 설정: 설정 > 개인정보 > 계정 소유 및 관리 > 사망 후 계정에서 유산 연락처를 지정하고, 추모 계정 전환 여부도 설정할 것.
③ 사망 시 처리 원칙을 미리 가족과 공유: 삭제를 원하는지, 유지하길 바라는지 자기 의사를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준비는 단순히 계정 관리를 위한 기술적인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죽은 뒤에도 자기 삶과 데이터를 어떻게 기억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선택이다. 지금 우리가 남기는 기록은 단순한 게시물이 아니라, 결국 누군가에게 남겨질 ‘디지털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