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도 디지털 시대, 준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마지막을 맞이한다. 예전에는 종이에 펜으로 써 내려간 유언장이 전부였지만, 디지털 세대인 현대인에게는 더 복잡한 문제가 있다. 수십 개의 온라인 계정, 가상화폐 지갑, 클라우드 사진, 유튜브 수익, 이메일, 콘텐츠 저작권까지 — 이런 자산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종이 유언장으로는 상속이나 처분이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가족이 암호나 접근 권한을 모르면,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사라지는 디지털 자산도 많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디지털 유언장(Digital Will)**이다. 디지털 유언장이란, 사망 이후에 온라인 자산, 계정, 콘텐츠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의사를 생전에 명확히 기록해 두는 문서를 말한다. 단순히 정리 목록이 아닌, 법적으로 효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된 디지털 유산 계획 문서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유언장이 왜 필요한지, 어떤 법적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직접 작성하고 보관해야 하는지를 단계별로 알려준다.
디지털 유언장의 정의와 법적 효력: 아직은 회색지대지만, 준비는 가능하다
디지털 유언장은 아직 한국 법률상 독립된 법적 용어로 정의되어 있지는 않다. 민법 제1065조~제1114조에 따르면 유언장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등 5가지 방식으로만 작성할 수 있다. 이 중 ‘자필증서 유언’이 가장 많이 활용되며, 본인이 손 글씨로 전부를 작성하고, 작성 연월일과 서명 또는 날인을 해야 법적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하더라도 민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유산 배분에는 효력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다음의 방식으로 보완하면 법적 분쟁 시 참고 자료로 유효하게 사용될 수 있다.:
자필 유언장에 ‘디지털 자산 목록 및 처분 계획’을 포함
공증 절차를 통해 디지털 유언장 내용을 확인
디지털 유산 정리 문서를 ‘별지’ 형태로 첨부하고 유언장에 그 존재를 명시
예를 들어, “내가 보유한 구글 계정(Gmail)은 사망 후 폐쇄하고, 유튜브 채널의 수익은 동생 김OO에게 귀속되도록 한다”는 식으로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 문구가 자필 유언장 내에 포함되어 있고, 작성 일자와 서명이 있다면 법적으로 유의미한 참고 자료로 작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디지털 유언장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일부 국가는 디지털 자산의 상속 처리 지침을 제도화하고 있으며, ‘디지털 상속법(Digital Estate Law)’을 별도로 제정한 지역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도 2023년 이후 민법 개정을 통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조만간 제도화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디지털 자산을 유언장에 포함해야 할까?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보유 중인 디지털 자산을 분류하고 목록화하는 것이다. 자산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접근 계정 자산
이메일(Gmail, Naver Mail)
클라우드 서비스(구글 드라이브, 아이클라우드)
소셜미디어 계정(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휴대전화 백업 및 사진 앱
이 자산은 ‘접근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암호나 백업 코드 공유 여부가 핵심이다.
② 금전적 수익 자산
가상화폐(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NFT 보유 자산
유튜브 애드센스, 블로그 수익, 지능형 가게 정산 계정
온라인 강의 수익, 전자책 인세 등
이 자산은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유언장을 통해 명확한 귀속처를 지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작권 및 비재무 자산
본인이 작성한 콘텐츠(영상, 블로그, 소식지 등)
촬영된 사진/영상 파일의 사용권
개인 데이터의 공개 또는 삭제 여부
AI 훈련용으로 제공된 음성/텍스트 데이터 등
이러한 정보들은 일반 유산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고인의 정체성, 명예, 디지털 흔적에 대한 통제권이 걸린 중요한 자산이므로 유언장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예시:
"본인이 소유한 유튜브 채널의 모든 콘텐츠는 사망 후 3개월 이내에 비공개로 전환하고, 저작권은 가족에게 귀속되도록 한다."
디지털 유언장 직접 작성 가이드: 따라 하면 누구나 가능
디지털 유언장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쉽게 작성할 수 있다. 아래는 일반인을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다.
1단계: 디지털 자산 목록 만들기
엑셀 파일이나 노선, 구글 문서 등을 활용하여
보유한 계정명 (예: Gmail, 업비트, 애드센스 등)
로그인 이메일, 사용자명, 자산 종류, 예상 가치
삭제 여부 또는 상속 대상자 지정
형식 예시:
자산명 플랫폼 로그인 이메일 처리 희망 내용 상속 대상
유튜브 채널 구글 abc@gmail.com 유지 및 수익 분배 여동생 김○○
2단계: 메인 유언장에 반영
위 목록을 종이로 출력한 후,
자필 유언장에 “별첨 디지털 자산 목록에 따라 상속을 희망한다”라는 문구를 삽입
연월일과 서명 또는 날인 포함
가능한 경우 변호사나 공증인의 검토를 받아 ‘자필증서 유언’ 요건을 충족
3단계: 열람 권한 및 보관
본인 외에 열람할 수 있는 사람 1명을 지정
USB, 외장하드, 클라우드에 백업하여 보관
비밀번호 관리 툴(Last Pass, Bit warden 등)에 암호 저장하고, 마스터키만 따로 공유
4단계: 정기적인 업데이트
디지털 자산은 변화가 빠르므로 6개월~1년에 한 번씩 목록을 갱신하고, 유언장도 함께 수정할 것을 권장한다.
디지털 유언장은 기술이 아닌 '배려'에서 시작된다
디지털 유언장은 단지 정보를 나누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사망 이후에도 가족이 당황하지 않고, 필요한 자산에 접근하고, 고인의 뜻을 존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서적 배려의 표현이다.
가상화폐, 온라인 수익, 클라우드 사진처럼 눈에 보이지 유산이 갈수록 늘어나는 시대에, 아무런 대비 없이 세상을 떠난다면 그 자산은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 채 사라질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유족이 고인의 블로그에 로그인하지 못해 마지막 글을 수정하지 못하거나, 유튜브 채널 수익을 받을 방법이 없어 애태운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 사람의 책임 있는 삶의 마무리로서 디지털 유언장은 필요하다.
오늘 하루 30분만 시간을 들여 당신의 디지털 자산을 정리하고, 유언장 초안을 만들어보자. 그 행동이야말로 가족을 위한 최고의 디지털 선물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신의 스마트폰, 계정, 수익이 있는 그곳이 바로 당신의 유산이다.
'디지털 유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은 후에도 계속 활동하는 내 AI 아바타, 기술과 윤리의 경계 (1) | 2025.06.27 |
---|---|
클라우드에 남겨진 나의 흔적들, 어떻게 정리할까? (0) | 2025.06.27 |
NFT, 가상화폐, 온라인 수익… 디지털 자산 상속 실무 가이드 (0) | 2025.06.26 |
디지털 문해력 테스트 방법: 정보의 진짜 가치를 읽어내는 힘을 키우는 법 (4) | 2025.06.26 |
청년 1인 창업 실패 사례 분석 (디지털 자산 중심) (0) | 2025.06.25 |